추출 기구별 분쇄도, 어떻게 맞춰야 하나요?
에스프레소는 가늘게, 핸드드립은 중간, 프렌치프레스와 침출식 콜드브루는 굵게 시작하세요. 물이 너무 늦게 빠지고 맛이 쓰고 텁텁하면 한 단계 굵게, 너무 빨리 빠지고 물처럼 가벼우면 한 단계 가늘게 조절하면 됩니다.
“핸드드립은 그라인더 몇 번에 놓고 갈면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그라인더에 적힌 숫자는 제품마다 기준이 달라, 같은 10번이라도 실제 원두 굵기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숫자 하나를 정답으로 외우기보다는 기구에 맞는 굵기에서 시작한 뒤, 물이 빠지는 속도와 맛을 보고 한 단계씩 움직이는 편이 정확합니다.

먼저 기구별 기준점을 잡으세요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물과 커피가 짧게 만나는 기구는 가늘게, 오래 만나는 기구는 굵게 갑니다. 미국커피협회(NCA)와 각 기구 제조사의 안내를 한눈에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구 | 시작할 분쇄도 | 손으로 만졌을 때의 기준 |
|---|---|---|
| 에스프레소 | 가늘게 | 고운 소금 정도 |
| 모카포트 | 중간 | 에스프레소보다 굵게 |
| 에어로프레스 | 중간보다 조금 가늘게 | 드립보다 가늘고 에스프레소보다 굵게 |
| 핸드드립·푸어오버 | 중간 | 굵은 소금 정도 |
| 프렌치프레스 | 굵게 | 굵은 암염 정도 |
| 침출식 콜드브루 | 굵게 | 굵은 암염 정도 |
이 표는 출발점입니다. 같은 핸드드립이라도 드리퍼 모양과 필터, 한 번에 내리는 양에 따라 물 빠지는 속도가 달라지므로 마지막 조정은 직접 내려보며 해야 합니다.
에어로프레스도 레시피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제조사 기준인 중간보다 조금 가는 굵기에서 시작하되, 물에 담가 두는 시간이 길다면 한 단계 굵게 가도 괜찮습니다.
물 빠지는 속도와 맛을 함께 보세요
원두를 가늘게 갈면 물과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는 속도도 대체로 느려집니다. 굵게 갈면 반대입니다. 같은 원두와 물을 사용해도 분쇄도에 따라 잔의 진하기와 끝맛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추출이 평소보다 느리고 맛이 쓰고 텁텁하다면 한 단계 굵게 갈아보세요. 물이 너무 빨리 빠지고 커피가 밍밍하거나 힘이 없다면 한 단계 가늘게 갑니다.
신맛만으로는 방향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덜 추출된 커피가 시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두가 가진 산미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맛이 느껴질 때는 물 빠지는 속도와 커피의 진하기를 함께 보고, 유난히 빠르고 가볍게 내려졌을 때만 조금 더 가늘게 조절해 보세요. 원두 자체의 산미 차이는 산미 없는 고소한 원두 고르기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모카포트와 더치커피는 이름만 보고 고르면 헷갈립니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나오지만 같은 굵기를 쓰지는 않습니다. 비알레티는 에스프레소용보다 굵은 중간 분쇄를 권하며, 원두를 바스켓에 눌러 담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너무 가늘게 갈아 단단히 채우면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분쇄도를 맞춘 뒤 물을 채우고 조립하는 순서와 불 끄는 시점은 모카포트 사용법에서 이어서 확인하세요.
콜드브루도 방식을 구분해야 합니다. 원두를 물에 12시간 안팎 담가 두는 침출식은 굵게 갈지만, 국내에서 흔히 더치커피라고 부르는 점적식은 물을 한 방울씩 통과시키는 방식입니다. 둘 다 차갑게 마시는 커피라고 해서 같은 분쇄도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라인더가 없다면 용도에 맞는 옵션을 고르세요
온라인몰의 분쇄 옵션은 정확한 입자 수치보다 주로 사용하는 기구를 기준으로 묶은 선택지입니다. 한 가지 기구로 꾸준히 마신다면 해당 기구가 표시된 옵션을 고르고, 정확히 맞는 이름이 없다면 모델명과 필터 형태를 판매처에 알려 확인하세요.
홀빈과 분쇄 중 어느 상태로 주문할지는 그라인더 유무와 사용하는 기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선택 순서는 원두 주문 시 홀빈과 분쇄를 고르는 기준에 정리했습니다.
처음부터 한 번에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원두량과 물 온도는 그대로 두고 분쇄도만 한 단계 바꿔보세요. 사용한 굵기와 추출 시간을 짧게 적어두면, 다음 잔에서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훨씬 쉽게 보입니다. 핸드드립에서 이 굵기를 물 온도와 추출 시간까지 함께 적용하는 순서는 핸드드립 기본 레시피에 정리했습니다.
함께 묻는 질문
핸드드립 분쇄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중간 분쇄에서 시작해 보세요. 미국커피협회(NCA)는 굵은 소금 정도의 질감을 기준으로 안내합니다. 물이 너무 빨리 빠지고 커피가 가볍다면 조금 더 가늘게, 반대로 물이 늦게 빠지고 맛이 쓰고 텁텁하다면 조금 더 굵게 조절합니다.
커피가 쓰고 텁텁하면 분쇄도를 어떻게 조절하나요?
추출도 평소보다 느렸다면 한 단계 굵게 갈아보세요. 원두량과 물 온도는 그대로 둔 채 분쇄도만 바꿔야 차이를 확인하기 쉽습니다. 굵게 바꿨는데도 맛이 같다면 추출 시간과 물 온도, 원두 상태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용으로 간 원두를 써도 되나요?
비알레티는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보다 굵은 중간 분쇄를 권합니다. 너무 가늘면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바스켓에 원두를 눌러 담아서도 안 됩니다.
콜드브루 원두는 왜 굵게 갈아야 하나요?
물에 원두를 오래 담가 두는 침출식 콜드브루는 굵은 분쇄가 기준입니다. 다만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점적식 더치커피는 추출 방식이 다릅니다. 온라인몰의 더치커피 옵션을 침출식 콜드브루용 굵기와 같은 뜻으로 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