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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를 두 번 골라내는 이유가 뭔가요?

원두 핸드픽을 두 번 하는 이유는 생두에서 보이는 결점과 볶은 뒤에 드러나는 결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볶기 전에는 벌레 먹거나 깨진 생두를, 볶고 식힌 뒤에는 색이 밝게 남은 퀘이커를 골라냅니다.

"혹시 로스팅 방법이 변경되었나요?" 쇼핑몰에 이런 문의가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늘 마시던 원두인데 상태가 달라 보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커피는 같은 이름을 달고도 잔마다 다릅니다. 그 편차를 줄이려고 볶기 전과 후에 두 번 골라냅니다.

골라낼 결점이 두 종류입니다

생두 단계에서 보이는 결점

볶기 전에 가려내는 것은 벌레 먹거나 깨진 콩, 곰팡이가 슨 콩, 껍질이 남은 콩처럼 겉모습으로 확인되는 결점입니다.

금속 트레이에 촘촘히 펼친 생두와, 옆 그릇에 골라낸 벌레 먹은 콩과 깨진 콩, 검게 변한 콩
이 단계에서 걸러지는 것은 형태로 드러나는 결점까지입니다. 덜 익은 콩은 아직 아무 표시가 없어 이 트레이를 그대로 통과합니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는 생두 350g을 표본으로 삼아 결점을 세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심각한 결점(Category 1)이 하나도 없고, 가벼운 결점(Category 2)이 5개 이하일 때 스페셜티 등급입니다. 흥미로운 건 세는 방식입니다. 결점 한 알이 1점이 아니라 컵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여러 알이 모여 1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깨진 콩은 5알이 모여야 1점입니다.

볶은 뒤에야 보이는 결점

퀘이커(quaker)라고 부릅니다. 덜 익은 상태로 수확된 콩인데, 생두일 때는 겉으로 거의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로스팅을 하면 혼자 갈색으로 변하지 않고 노랗게 남습니다. 당 성분이 부족해 갈변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퀘이커는 볶기 전에는 골라낼 수 없습니다. 로스팅이 끝난 뒤에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진한 갈색 원두 사이에 섞여 있는 밝은 노란색 퀘이커 세 알
같은 배치에서 함께 볶였는데 색이 오르지 않은 콩입니다. 실제 선별에서는 이렇게 확연히 밝은 알보다, 배전도에 묻혀 애매하게만 밝은 알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퀘이커가 섞이면 얼마나 문제가 되나요?

"결점두 한 알이 컵 전체를 망친다"는 말이 있지만, 2021년 Food Chemistry에 실린 통제된 관능 실험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밝은 색 퀘이커는 한 잔(원두 65알)에 7알 정도부터 떫은맛과 쓴맛이 늘고 단맛이 줄었습니다. 색이 어두운 퀘이커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SCA와 그 연구재단도 현행 결점두 환산 기준이 "감각과학보다 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UC Davis와 함께 재검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알이 잔을 망친다는 말은 과장입니다. 그래도 퀘이커는 떫고 날카로운 맛을 내고, 골라낼수록 잔이 고르게 나옵니다. 로스팅 후 선별은 그 실익을 보고 하는 일입니다.

기계로 하면 안 되나요?

기계 선별에도 각각의 몫이 있습니다. 밀도 선별기는 돌이나 이물질처럼 무게가 다른 것을 걸러냅니다. 광학 선별기는 색으로 판별해 퀘이커를 상당 부분 잡아냅니다.

그런데 광학 선별기는 공기를 분사해 걸러내는 방식이라 목표한 한 알만 정확히 빼내지 못합니다. 기준을 엄격하게 잡을수록 멀쩡한 원두까지 함께 날아갑니다. 그래서 수출 단계에서는 기준을 느슨하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로스터리도 광학 선별로 퀘이커를 전부 잡지는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사람 손은 느립니다. 대신 형태와 색과 상태를 한꺼번에 보고, 애매한 것은 집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량이 적을 때 성립하는 방식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합니다

트리니타스 T7 로스터기에서 갓 볶은 원두가 냉각 트레이로 쏟아지는 모습
냉각 트레이 한 판이 한 배치입니다. 뒤따르는 선별도 이 분량을 단위로 합니다.

로스터기를 바꾼 이유는 한 번에 볶을 수 있는 양을 늘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전에는 2.5kg 로스터기에 생두를 2kg씩 넣어 하루 열 번 넘게 볶았습니다. 한 배치를 볶고 식힌 뒤 다시 채우는 일을 계속 반복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최대 8kg 용량의 트리니타스 T7을 사용합니다. 실제 투입량은 배치당 6~7kg이고, 주문량에 따라 하루 4~6배치를 볶습니다. 위 사진의 냉각 트레이에 담긴 원두가 한 배치 분량입니다.

로스터기를 바꾸면서 한 번에 볶는 양은 늘었지만, 선별 방식까지 바꾼 것은 아닙니다. 볶은 원두를 펼쳐 놓고 결점두를 골라내는 과정은 예전과 같습니다. 잔마다 생기는 맛의 편차를 줄이는 데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줄어든 건 로스팅 시간, 선별 시간은 그대로

로스팅 쪽은 확실히 짧아졌습니다. 하루에 돌리는 횟수가 열 번 넘던 것에서 네댓 번으로 줄었으니까요. 배출하고 다음 배치를 채우는, 배치와 배치 사이에 드는 시간까지 그만큼 사라졌습니다.

선별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앞에서 적었듯이 퀘이커는 볶고 나서야 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냉각 트레이에 펼쳐진 원두를 눈으로 훑어 색이 안 오른 알을 집어내야 합니다. 한 판에 담기는 양이 세 배가 됐으니 한 번에 훑어야 할 양도 세 배입니다. 배치 수가 줄어든 만큼 한 번에 봐야 할 양이 늘어서, 총량은 그대로입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겁니다. 그런데 앞 절에서 본 것처럼 광학 선별기도 퀘이커를 전부 잡지는 못합니다. 결국 눈과 손이 하는 몫은 콩의 수만큼 남고, 설비를 키운 뒤에는 로스팅과 선별의 시간 차가 오히려 더 벌어졌습니다.

적게 볶는다고 맛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배치가 너무 작으면 오히려 열을 다루기 어려워집니다. 로스터들은 대체로 로스터기 용량의 50~80%를 채워 일관되게 볶으라고 말합니다. 저희는 8kg 로스터기에 6~7kg을 넣습니다.

소량 로스팅을 내세우는 곳이 많지만, 적게 볶는 것 자체가 품질의 근거는 아닙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건 볶는 양이 아니라 골라내는 횟수입니다.

선별에 시간이 걸려서 모든 원두는 주문 다음 날 보냅니다. 하루가 늦어지는 대신 그날 볶은 원두가 나갑니다.

무게는 두 군데서 빠집니다

로스팅을 하면 생두의 수분이 빠지면서 무게가 줄어듭니다. 약하게 볶으면 10% 안팎, 2차 크랙을 한참 넘긴 강배전은 최대 25%까지 줄어듭니다. 중간 정도면 15% 전후입니다.

깨진 것과 검게 변한 것, 갈라진 것이 섞여 담긴 결점두 그릇
두 차례 선별에서 골라낸 것들입니다. 깨진 것, 검게 변한 것, 벌레 먹은 것이 한 그릇에 모입니다.

여기에 선별로 걷어낸 분량이 따로 빠집니다. 로스팅으로 줄어든 무게와 골라내서 버린 무게는 성격이 다른 값입니다. 한 숫자로 뭉뚱그리면 어느 쪽이 얼마인지 알 수 없게 되니, 나눠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함께 묻는 질문

원두에 색이 밝은 알갱이가 섞여 있는데 불량인가요?

퀘이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덜 익은 생두는 로스팅해도 갈색으로 변하지 않아 혼자 노랗게 남습니다. 소량이면 맛에 큰 영향이 없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그래도 떫고 날카로운 맛을 내서 로스팅 후 선별로 골라냅니다.

결점두가 한 알만 섞여도 커피 맛이 나빠지나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통제된 관능 실험에서 밝은 색 퀘이커는 한 잔(65알)에 7알 정도부터 부정적 영향이 나왔고, 어두운 퀘이커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골라낼수록 잔이 균일해집니다.

핸드픽과 기계 선별은 뭐가 다른가요?

기계는 밀도나 색으로 거르고, 사람은 형태와 상태를 함께 봅니다. 광학 선별기는 공기를 불어 걸러내서 한 알만 집어내지 못하고, 기준을 엄하게 잡으면 멀쩡한 원두까지 같이 나갑니다.

생두 1kg으로 원두 몇 g이 나오나요?

로스팅 중 수분이 빠지면서 무게가 줄어듭니다. 약하게 볶으면 10% 안팎, 강하게 볶으면 최대 25%까지 줄어듭니다. 여기에 선별로 골라낸 분량이 따로 빠집니다.

출처

  1. SCA 생두 등급 기준 Protocols and Best Practices (GACCS 2000, Defect Handbook 2004)
  2. Rabelo 외, Food Chemistry 퀘이커 관능 영향 연구 (2021)
  3. Coffee Science Foundation 결점두 감각과학 연구 (UC Davis)
  4. Counter Culture Coffee 광학 선별 해설
  5. Long Miles Coffee 산지 핸드 소팅 해설
  6. Royal Coffee 로스팅 수율과 손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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